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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헤지펀드' 중소형 운용사 돌풍

201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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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래에셋·브레인자산운용의 ‘빅3 체제’가 굳건했던 ‘한국형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3년차인 안다자산운용이 연평균 10%가 넘는 수익률을 등에 업고 업계 3위로 도약한 데 이어 신생 운용사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4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1세대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사인 한화·키움자산운용 등은 수익률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헤지펀드 시장을 떠나기로 했다.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약진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4년 투자자문사에서 운용사로 전환한 안다자산운용은 최근 1년 사이 2883억원의 자금을 유치해 업계 3위(총 설정액 4685억원)로 도약했다. 업계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설정액 5775억원)과의 격차도 1년 전 2485억원에서 109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 5월 헤지펀드를 출시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두 달여 만에 3966억원을 끌어모으며 한국형 헤지펀드 업계 4위로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최근 재력가 사이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곳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다. 이 회사의 설정액 3966억원 중 약 90%는 개인 자산가들의 돈이다. 총 190여명의 개인 고객이 평균 18억원 정도를 투자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가 단기간에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이유는 2003년 설정된 ‘타임사모펀드’의 꾸준한 수익률 덕분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투자자문사도 99인 이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아 사모펀드를 설정할 수 있었다. 6개월 단위로 수익금을 결산하는 이 펀드는 지난 13년(26기) 동안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았다. 2003년 약 100억원을 투자한 99명의 투자자들 중 단 한 명도 투자를 철회하지 않았다. 대신 투자금액을 2100억원으로 늘렸다.

이주상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마케팅 담당 상무는 “우리 회사에 투자를 원했던 자산가들의 대기 자금이 한꺼번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타임폴리오 더타임Q 등 4개 헤지펀드는 계획한 금액이 다 모여 소프트클로징(잠정 판매중단)에 돌입했다.

◆1세대 헤지펀드는 퇴장

28명의 중소형 회사인 안다자산운용의 선전도 돋보인다. 대표 펀드인 ‘안다크루즈’(설정액 2945억원)에만 최근 1년 새 1143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104개 헤지펀드 중 국내 1호 헤지펀드인 ‘삼성H클럽 에쿼티헤지’(2992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안다자산운용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내는 헤지펀드의 기본 콘셉트에 가장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 5월 설정 이후 단 한 번도 두 달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았다.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39.95%에 이른다.

박지홍 안다자산운용 헤지펀드 팀장은 “강한 확신이 들어도 한 자산에 펀드 비중의 2% 이상을 담지 않는 등 분산투자를 한다”며 “새로운 종목이나 투자처를 꾸준히 찾아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2011년 정부가 국내에 헤지펀드 시장을 열어준 뒤 뛰어들었던 1세대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경쟁력 약화로 쓸쓸히 퇴장하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 또는 증권회사 계열 자산운용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달 운용 중인 3개의 헤지펀드를 청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가 2~3개월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는 등 설립 목적에 충실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키움자산운용 역시 헤지펀드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공모펀드 등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헤지펀드
주식 채권 파생상품 부동산 등을 대상으로 시장 상황에 맞게 다양한 투자 전략을 펼 수 있는 펀드다. ‘헤지(hedge·위험 분산)’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일 때도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을 전략으로 한다. 최소 투자 한도가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지고 운용사의 진입장벽이 완화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