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멀티매니저 시스템 바람 분다
국내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시장에 멀티매니저 시스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한 명의 매니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존 헤지펀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많아 추가 확산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말께 1호 헤지펀드를 출시할 예정인 트러스톤AMG는 멀티매니저 시스템을 도입한다. 트러스톤AMG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헤지펀드만 전문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지난 9월 설립한 자회사다.
트러스톤AMG는 멀티매니저 시스템 구현을 위해 5명의 외부 인력을 새롭게 뽑았다. 유안타증권
에서 고유자산을 운용하던 이도한 헤지펀드 운용본부장을 비롯해 대부분이 증권사 프롭 트레이
더 출신이다. 이들 5명 매니저들은 1호 헤지펀드 설정액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각자의 전략
에 따라 운용하게 된다.
이처럼 멀티매니저 시스템은 하나의 펀드를 여러 매니저가 함께 운용하는 구조다. 기존 멀티 전략을 활용하는 헤지펀드의 경우 펀드 내 한 명의 매니저가 여러 전략을 구사한다. 멀티매니저 시스템은 각각의 매니저가 갖고 있는 주특기를 최대한 부각시키는 전략인 셈이다.
일종의 재간접 헤지펀드와 비슷한 콘셉트이지만 모펀드에 들어온 자금을 일정 비율로 하위 헤지
펀드들에 분배한 후 끝까지 운용하는 재간접 헤지펀드와 달리 이 펀드는 하나의 펀드 내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비중 조절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러 시장 변수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
할 수 있는 구조다.
아울러 한 명의 스타 매니저에 의존하는 펀드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다. 스타 매니저의 슬럼프나
이탈에 따른 자금 유출에 대한 리스크가 낮다.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 중 멀티매니저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다. '주식 고수'로 통하는 황성환 대표가 이끄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13~14명의 매니저가
하나의 펀드를 운용한다.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 중 가장 먼저 멀티매니저 시스템을 도입한 곳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4개 헤지펀드는 모두 매
월 꾸준히 플러스 수익을 내며 3%대 중후반의 누적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2014년 헤지펀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후 2년여만에 업계 4위로 성장한 안다자산운용도 멀티
매니저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안다자산운용은 증권사 PI(자기자본투자) 부서 출신의 운용역 2명
을 신규로 충원해 본격적으로 멀티매니저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지난달 처음으로 멀티매니저 시스템으로 운용되는 헤지펀드를
내놨다. 이 펀드는 홍성범 2본부장과 박헌석, 김정훈 매니저 등 세 명의 매니저가 함께 운용한다.
홍 2본부장은 퀀트를 바탕으로 한 매매에 강점을, 박헌석 팀장은 펀더멘탈 롱숏에 강점을 갖고
있다. 김정훈 매니저는 퀀트와 펀더멘탈 분석을 혼용한 매매를 주로 한다.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는 "외국의 큰 헤지펀드의 경우 하나의 펀드를 100여명의 매니저가 운용하기도 한다"며 "분산효과로 인해 시장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