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와 초등생 잇는 '키다리 아저씨'…타임폴리오 황성환 대표 "서로의 선한 영향력 주고받는 대회"
[스포티비뉴스=제주, 정형근 기자] 프로와 초등학생 골퍼가 한 팀을 이뤄 필드를 누비는 특별한 풍경. 18홀 내내 갤러리로 함께 호흡하며 어린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눈을 떼지 못한 이가 있다. 바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황성환 대표다. 단순한 후원을 넘어 ‘아버지의 마음’으로 유소년 골프를 지원한 그의 진심은 대회 곳곳에서 느껴졌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프로 선수들과 초등학교 유망주들이 짝을 이뤄 경기를 펼치는 '타임폴리오 2025 위너스 매치플레이'가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블랙스톤 제주에서 열렸다.
2022년 창설된 ‘타임폴리오 위너스 매치플레이’는 4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박상현과 김동민, 함정우, 강경남, 옥택훈, 고군택, 송민혁, 장동규 등 8명의 투어 선수가 참가했다.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황성환 대표는 유소년 골프에 대한 진심과 뚜렷한 비전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단순한 사회 공헌 활동을 넘어, 한국 남자 골프의 밝은 미래를 위한 든든한 토양을 만들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프로와 초등학생이 함께하는 특별한 대회를 기획하게 된 배경부터,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느끼는 감동까지, 그의 이야기는 유소년 골프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가득했다.
다음은 타임폴리오 황성환 대표와 일문일답.
-18홀 내내 갤러리로 경기를 지켜봤다. 프로와 초등학생 골퍼가 함께 경기하는 모습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들었나?
“아버지의 심정인 것 같다. 해가 갈수록 더 재밌다. 초등학생들이 대회를 즐겁게 치르는 모습이 정말 대견하다. 그들이 언젠가는 임성재나 장유빈처럼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나중에는 ‘저 친구도 우리 대회 출신이었지’라고 얘기하면 정말 보람될 거 같다. 이 대회는 광고 목적의 대회가 아니다. 방송 인터뷰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지원하는 것에서 큰 만족을 느낀다. 나도 자식이 둘인데, 아이들이 클 때도 생각나고, 너무 좋다.”
-프로와 초등학생이 함께 하는 대회를 열게 된 계기가 있나?
“박상현 프로와 저녁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박 프로가 유소년 대회를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얘기했고, 나는 ‘박 프로가 대회에 나온다면 해 보겠다’고 답했다. 박 프로는 이벤트 대회에서 프로들이 실수하는 모습을 보기 싫다며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의미 있는 대회를 만들자고 했다. 미국의 PNC 챔피언십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다. 첫 대회는 그냥 ‘해보자’ 하고 시작했다. 그런데 첫 대회가 너무 잘 치러졌고, 2회부터 4회까지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회마다 더 좋은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출전 자격은 어떻게 얻나?
“원래 1, 2회 대회 때는 초등연맹과 대한골프협회 랭킹 순으로 추천을 받았다. 그런데 소문이 나면서 로비가 들어가게 됐다. 프로 선수들이 시간을 내서 제주까지 왔는데,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정하게 예선전을 하자고 결정했다. 사실 초등학교 대회는 상금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우리는 상금도 걸고 골프장도 최고의 골프장으로 섭외했다. 5학년 중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특전을 주는 식으로 계속하다 보니 대회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여자 선수들도 이 대회를 보면서 부러워한다. 여자 프로와 함께 경기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하는데, 대회를 계속할 수는 없어서 '좀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회를 개최하게 됐나?
“중학교에 가면 사실 초등학생 때의 순수함이 좀 떨어진다. 초등학생들은 아직 아기 같고 순수하다. 그런데 골프 선수층이 많이 얇아져서 1회 대회 때보다 선수가 절반 이상 줄었다. 예전에는 5학년만 20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20명도 안 된다. 선수층이 얇아서 1등과 16등의 기량 차이도 너무 많이 난다. 그래서 대회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게 장학금을 16명에게 다 주고, 프로 8명과 8강부터 방송을 찍자고 했다.”
“또 박상현 프로가 토너먼트에서 떨어진 아이들과도 라운딩하자고 의견을 냈다. 왜냐하면 떨어진 애들이 프로들 얼굴만 보고 가는 게 아니라 한 번이라도 라운드라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초등학생들과 라운드를 돌면 아이들은 박카스 모자를 계급장처럼 쓰고 다니면서 '소년체전에 쓰고 나가겠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초등학생 선수가 있는가?
“2회 대회에 나온 한 선수가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이 대회를 보고 참여를 결심했다고 한다. 당시 입상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예의 바르고 성실했다. 그런데 대회 이후 가정에 어려움이 생겼다는 얘길 듣고 장학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대회에 나가 순위 안에 들면 장학금을 계속 보내주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도왔다. 지금은 프로들과 연습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며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렇게 특별히 연락을 주고받고, 도움을 주는 게 정말 보람 있다.”
“또 우리 대회에 참가한 박찬우는 6학년 때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며 이번에 국가대표 상비군이 됐다. 중학교 대회에서도 우승하며 계속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1부 투어 선수들 사이에서도 우승했다고 자랑했다. 너무 예쁘다. 운동선수가 다 마찬가지겠지만 골프 선수 한 명 키우는 데 부모의 희생이 엄청나다. 매번 골프장에 태워 주고 계속 기다려야 한다. 희생뿐만 아니라 돈도 많이 든다. 골프 꿈나무를 위해 조그만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
-평소에도 스포츠를 통한 사회 공헌 활동에 관심이 많이 있었나?
“타임폴리오는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한다. 최근에는 결핵 환자를 지원했다. 재단에 기부하는 방식보다는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파악하고, 좀 더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하려 한다. 이런 대회를 시작으로 점점 더 많은 일이 만들어질 것 같다. 요청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여유가 생기면 더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한 주는 여자, 다음 주는 남자 이렇게 진행할 수도 있다. 대회가 점점 소문나고 있어서 기대하고 있다. 더 발전해서 1회 대회 때 나왔던 애들이 나중에 프로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예쁠 것 같다.”
-대회에 참가한 초등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의 반응도 뜨겁다.
“나 혼자 돈을 지원한다고 해서 좋은 그림이 그려지는 게 아니다. 박상현 프로가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어릴 때 본인이 그렇게 경험해 봤으니까 가능할 것이다. 초등학생들이 본인의 로커 문을 열었을 때 스폰서 선물이 들어 있는 것을 보면서 정말 선수가 된 기분을 느끼도록 해주고 있다. 다른 대회에서는 개개인이 다 사 먹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식사와 연습 라운드, 숙식 모두 다 지원해 주면서 프로들이 대접받는 느낌을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받도록 해주고 있다. 학부모들도 '우리 아이가 운동한 보람이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또 보통 유소년 대회에서는 갤러리가 금지되는데, 여기서는 가족들이 따라다니며 경기를 볼 수 있다. 어제도 부모님들이 ‘우리는 항상 마음 졸이면서 클럽하우스에서 기다렸는데, 갤러리가 이렇게 즐거운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좋다. 그만큼 비용을 쓰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광고 효과를 전혀 바라지 않는다. 초등학생들이 이 대회가 끝난 후 골프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런 아이들이 성장하면, 한국 남자 골프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 어떤 대회로 만들어 나가고 싶나?
“박상현 프로와 처음 얘기했을 때부터 계속 나눈 이야기가 있다. 실력이 월등한 친구들은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프로가 된다. 지금 초등학교 6학년 선수들이 프로가 될 때까지 6년 남았는데, 이 선수들이 다 나중에는 타임폴리오 대회 출신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6년 후에 프로가 된 친구들이 다시 대회에 나와서 멘토가 되어주는 그림을 상상하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 대회가 쌓일수록 전부 타임폴리오 소속이 되면 좋겠다. 그 친구들은 우리한테 고마운 마음이 있기 때문에 과거를 생각하면서 더 많은 것들을 커가는 아이들에게 주려고 할 것이다. 그 점이 결국 대회를 더 풍성하고, 예쁘게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한다. 서로의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